※영화 <바람>을 보고 영감을 받았으며 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. 고증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, 가볍게 읽어주세요. 담배 피우기 존나 좋은 날씨였다.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맨입을 뻐끔거리게 만들었다. 당장 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버스가 덜컹거렸지만, 도영은 개의치 않고 창문에 머리통을 딱 붙인 채였다. 학교 들어가...
손끝에 차가운 바람이 스쳤다. 눈을 감고 있어도 알 수 있다.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. 시린 공기와 앙상한 나무, 새하얀 눈이 가득한 그 계절은. 너를 찾아가는 계절 w.잳잳 안녕하세요. 정재현이라고 합니다. 낮지만 단단한 목소리였다. 멀리서 봐도 새하얀 피부가 매끈했다. 턱을 괴고 있던 도영이 이내 시선을 거뒀다. 분명 특별할 것 없는 ...
사랑은 보이지 않는다. 왜 유명한 대사도 있지 않나.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남주에게 어디에 있냐고 물으며 보이지 않는다고 울부짖는 여주 말이다.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, 도영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. 눈만 마주쳐도 짜릿하고 얼굴이 빨갛게 익어버리는 게 사랑 아닌가. 가끔은 빠르게 뛰는 심장에 머리가 울리기도 한다. 계속되는 웃음에 광대로부터 느...
원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법이었다. 무역학과가 삼초무역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. 무슨 일이 생겼다 싶으면 삼 초 만에 소문이 쫙. 도영은 그 삼 초의 피해자였던 적이 있었다. 김도영이 과팅 중에 왕게임으로 누구랑 키스를 했다더라. 심지어 걔랑 썸을 탄다더라.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. 결론적으로 몇 달 뒤에 사귀게 된 건 맞지만 그 당...
의욕이 앞서면 대개가 일을 망치기 마련이었다. 총 세 번. 약속을 준비하던 윤오가 머리를 감은 횟수였다. 안 쓰던 왁스를 꺼내기도 하고, 룸메의 고데기도 빌려봤지만 결과는 안쓰러울 정도로 별로였다. 그냥 평소대로 하고 가라. 룸메는 단호했다. 옷장을 뒤지던 윤오를 바라보는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. 도대체 누구길래 천하의 정윤오가 그 난리냐. 그렇게 예뻐?...
김도영은 툭하면 멍을 때려댔다. 학생회가 준비한 미션을 위해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닐 때도,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, 심지어는 음식을 주문하다가도 어…하고 말끝을 늘렸다. 총각, 왜 말을 하다 말어. 겨우 정신을 차린 도영이 죄송합니다, 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. 너 무슨 일 있냐. 대신 주문을 마친 지훈이 걱정스레 물었다. 있긴 뭐가. 대충 얼버무리며 물...
운명을 믿으시나요?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였다. 대개는 코웃음을 치거나 무시를 했지만, 정윤오는 달랐다. 누군가가 운명을 믿느냐 물어본다면 전방에 도영의 이름을 우렁차게 외쳐댈 사람이었다. 그러니까 정윤오와 김도영은 존나게 운명이다, 라고 아주 굳게 믿고 있었다. 이 믿음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려는지 둘은 엠티에서 같은 조가 되었다. 7조 박지훈…김도영 정윤오...
왕게임의 제왕. 모두가 입을 모아 그렇게 표현했다. 그 새끼는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키스하라고 해도 할 놈이야. 술잔을 내려놓은 민철이 빈정거렸다. 내 귓불도 빨려고 했다니까. 물론 난 죽어도 싫어서 그냥 내가 그 새끼 몫까지 다 마셨어.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떨어대던 민철이 다시금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. 기울어진 구멍에서 말간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...
35 김도영은 늘 그랬다. 미워할 수밖에 없는 짓을 골라서 하면서도 미워할 수가 없었다. 툭하면 사람 속을 긁어내리고 성질머리도 존나 더러웠지만, 그것조차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. 김도영은 정재현에게 그런 사람이었다. 재현은 고집이 센 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었다. 정재현 저 독한 새끼. 도영을 만나기 전까지 수도 없이 들은 소리였다. 뜻을 ...
28 “나 먼저 올라간다.” 차에 올라탄 뒤부터 계속 이어지던 정적이 드디어 깨졌다. 출근시간이 한 시간만 더 남았어도 이 차를 타고 오는 일은 없었을 거다. 무려 짝사랑 중단 결심을 하고 정재현과 같이 있기가 죽기보다 싫었지만, 당장 출근을 해야 하니 그냥 참았다. 그 대신 묵언수행을 시작했다. 정재현 집에서 나와 차를 타고 여기에 도착하기까지. 나는 단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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